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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이 읽는 한국 에세이 (베스트셀러, 감성, 공감)

by 나든(NARDEN) 2025. 9. 3.

잔디밭에 펼쳐진 많은 책들

요즘 독자들은 무엇을 읽고 있을까요? 2025년 한국 에세이 시장은 여전히 ‘감성’과 ‘공감’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그 감성은 좀 더 날카롭고 현실적이며, 공감 또한 단순한 위로보다 ‘진정성 있는 서사’에 반응하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5년 현재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거나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에세이들을 중심으로, 독자들이 사랑하는 공감의 키워드와 작가들의 특징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1. 베스트셀러 에세이의 공통점

2025년에도 여전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에세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글쓴이의 ‘진짜 경험’이 녹아 있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허지웅의 『살고 싶다는 농담』은 암 투병 이후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풀어내며, 출간 이후 수년간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고백을 넘어 독자의 삶을 반추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둘째, 서사의 일관성과 문장의 밀도가 높습니다. 김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역시 스포츠 에세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면서, 삶과 여성이라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낸 명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축구 이야기가 아니라, 여성의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담은 점에서 독자에게 신선함을 안겨줍니다.

셋째, 고통을 미화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이석원의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나 이슬아의 『일간 이슬아』는 고통이나 실패, 불안 같은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되, 그것을 견디는 사람의 서사로 승화시킵니다. 요즘 독자들은 완벽한 인생보다는 ‘흠이 있는 진짜 사람’의 이야기에 더 마음을 열고 있습니다.

2. 감성의 변화: 부드럽지만 날카롭게

2025년의 에세이 감성은 과거의 몽환적이고 시적인 분위기에서 한층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감성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감성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김신회의 『보통의 언어들』은 감성적 에세이의 대표작 중 하나로, 복잡한 감정을 무겁지 않게, 하지만 피상적이지 않게 풀어냅니다. 이 책은 “감정도 언어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통해 독자들의 내면을 어루만집니다.

또한 감성의 전달 방식 역시 다층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은영의 『밝은 밤』은 소설에 가까운 서사 구조를 띠고 있지만, 그 감정선은 분명히 에세이적입니다. 실제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소설 같지만 내 이야기 같아서 울었다”고 평가합니다. 감성의 언어가 단순한 감상이나 문장미가 아니라, 독자의 삶과 맞닿아 있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된 것입니다.

더불어, 정세랑의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는 유머와 상상력, 그리고 뾰족한 현실 인식을 함께 녹여낸 에세이로, MZ세대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에서 폭넓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감성을 전하되 ‘너무 감성적이지 않음’이 오히려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요즘 에세이 감성의 특징입니다.

3. 공감 코드: 나만 겪은 줄 알았던 이야기

현대 독자들이 에세이를 선택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공감'입니다. 그러나 이 공감은 ‘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말’보다는 ‘나만 그런 줄 알았던 고백’에서 더 크게 작동합니다. 대표적으로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성소수자의 연애와 정체성, 외로움을 그린 책이지만, 비단 특정 정체성을 넘어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상실과 사랑의 감정을 건드립니다.

이슬아 작가의 『일간 이슬아』 역시 매일매일의 사소한 감정, 그리고 가족, 사랑, 노동 같은 소재를 통해 독자의 일상에 맞닿은 감정을 포착해냅니다. 글을 읽다 보면 “어쩌면 이건 내 이야기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감은 결국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험의 진실성에 마음을 열게 되는 순간에 발생합니다.

또한 최근 주목받는 책 중 하나인 황선우·김하나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여성의 독립된 삶에 대한 서사를 통해 다양한 여성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사랑, 누군가는 가족, 또 누군가는 독립이라는 키워드에 반응하며, 이 책은 각자의 사연을 투영하는 '거울 같은 에세이'가 되고 있습니다.

2025년의 한국 에세이는 감성과 공감을 중심으로 하되, 그 표현 방식은 점점 더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나치게 꾸며진 위로나 과장된 감정보다는, ‘진짜 같은 이야기’에 더 많은 독자들이 반응합니다. 그래서 지금 독자들이 찾는 책은 그저 예쁜 문장이 아니라, ‘나를 위로해줄 말이 아니라 나와 함께 앉아줄 글’입니다. 에세이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 삶을 가장 진실하게 비춰주는 거울이 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가 복잡하고 고단했다면, 한 권의 에세이를 펼쳐보세요. 당신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문장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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